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급증 배경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1,559만 명에 도달하며 10월 말 대비 61만 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된 수치입니다.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이번 증가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공약한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통계는 국내 주요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를 기준으로 집계됐으며, 동일한 사람이 여러 거래소에 계정을 개설한 경우도 중복 포함된 수치입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우리나라 국민(약 5,123만 명)의 30% 이상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투자자 통계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며, 이는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따라 사업자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한 결과입니다.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지난 7월 말 1,474만 명이었던 투자자 수는 8월 말 1,482만 명, 9월 말 1,488만 명, 10월 말 1,498만 명으로 매달 10만 명 내외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1월 들어 증가 폭이 두드러지게 커진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가상자산 투자 활성화 기여
11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해졌습니다.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를 기준으로 10월 말 1억 5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말 1억 3,580만 원대로 급등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며 투자자 수와 거래 규모 모두 증가한 사실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시장의 활성화는 투자자들의 자산 보유금액 변화로도 확인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보유금액은 시가 평가 기준 총 102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7월 말 58조 6,000억 원에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8월 말과 9월 말에는 각각 50조 6,000억 원과 54조 7,000억 원으로 50조 원대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11월에 들어서면서 시장 활기로 인해 크게 뛰었습니다. 1인당 평균 보유금액도 7월 말 384만 원, 10월 말 387만 원 수준에서 11월 말에는 658만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투자 대기 자금인 예치금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예치금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상태로 투자에 사용되지 않은 금액을 뜻하며, 이를 통해 투자 준비 수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7월 말 4조 9,000억 원이었던 예치금은 8월 말 4조 5,000억 원, 10월 말 4조 7,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11월 말에는 8조 8,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투자 의향이 높은 대기 자금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 위협하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세는 국내 주식시장과 견줄 만큼 거래 규모가 커졌음을 보여줍니다. 11월 한 달 동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 9,00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9조 9,214억 원)과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6조 9,703억 원)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국내 금융시장 중심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7월 중 2조 9,000억 원, 8월 중 2조 8,000억 원, 10월 중 3조 4,000억 원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11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고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거래대금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가 주식시장과 견줄 만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국내 금융 생태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번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 기록에 외신도 주목했습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전했습니다. 트럼프 취임 후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에 적대적이었던 정책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 태도 변화 기대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전달되어 투자자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